그러나 설유흔은 더 이상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낡고 구멍 뚫린 신발 하나가
나타났다. 컨테이너임대창고 허름한 마의노인. 지독하게 못생긴곰보자국의
얼굴이었다. 문제의 장노사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진 채 설유흔을 연민의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주름진 눈가로 언뜻 짙은 고뇌의 빛이 스치고 있었다. 곧
설유흔을 옆구리에 껴안더니 번뜩 신형을 날렸다. 그렇다. 심연처럼 어두운 암흑의
장막 속에서,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해 버릴 듯한 육중한 정적이 긴장 속에 깔려
있었다. 이 순간들이 얼마나지났을까
말 듯 미세한 인기척이 어둠을 뒤흔들고, 그 속에서 각기 두 사람의 음성이 암막을
사이에 둔 채 들려 오기 시작했다. 대기업이사업체 목소리가 역시 어둠 속에서
질문에 답했다. 대한 감수성 모든 게 훌륭합니다. 정도의 자질이라면 이 년 정도
소요되리라 봅니다. 용달택배 내가 아는 저 아이는 설령 지옥의 불구덩이에 던져
놓아도 능히 살아 나올 수 있는 아이니까. 실패하면 시체는 전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해라. 진저리를 치듯 흔들리고, 장내는 다시 태초 이전의 고요한 적막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았다.
충청남도 보령시 주산면 화평리 33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