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더기 빛이 정실 안을 비추었다. 천소기와 함께 죽을 것만 같던 황홀함을
맛보았다는 것을 잊은 채 당문혜는 눈물을 흘리며 살짝 옆으로 비켜 섰다.
2톤트럭이사 안으로 들어온 독심암왕은 애처로워 보이는 당문혜를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긴 한숨 소리를 들은 당문혜는 조부의 품으로 무너지며
오열을 터뜨렸다. 소녀는 이제 어떻게 해요 흐흐흑 들썩이며 오열하는
당문혜의 등을 가벼운 손길로 두드리며 독심암왕이 입을 열었다. 이왕
엎질러진 물, 이제 와서 어쩌겠느냐 그 녀석은 떠났으나 반드시 돌아올
것이야. 당문혜는 뭔가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들었다.
깼는지를 조부가 훤히 아는 눈치였기 때문이었다. 이사짐차 전후 사정을
소상히 일러주었다. 그 놈이 소녀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아무 말 없이
떠났단 말이에요 작은집이사 노기가 배어 있었다. 아니라, 천소기가
제혼환락산에 중독된 자신을 구하기 위하여 음양화합을 하였다는 말을 들었을
땐 남몰래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던 것이다. 일단 자신이 조부가 선택하였던
천소기에 의하여 청백을 잃었다는 것을 듣고 안도하는 한편, 자신을 이렇듯
내팽개쳐 두고 떠난 그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건
자신의 허락 없이 자신의 청백을 소유한 이상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사과의
말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라남도 해남군 황산면 연당리 59007
보통 사람과는 사고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철부지였던 것이다. 이사짐차 좋은 말로 당문혜를 타이르려 하였으나 그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회사이사업체 표정이 표독스러워지더니 종래에는 이까지
갈았던 것이다. 냄새나는 남정네라는 족속 주제에 나의 청백을 깨고 그냥 가
삼류무제라고 으음, 어디 두고 보자. 뿌드득 이를 갈며 분해하였다.
당문혜는 자신의 규방에 처박혀 밖으로 나올 줄 몰랐다. 이사짐차 몇몇
인물들에 의하여 그녀의 정조가 깨어졌다는 소문이 당가 내부에 돌면서
제자들은 규방 주변은 얼씬도 하지 않으면서 내심 고소해하였다. 통곡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원룸보관이사 당가를 나선 천소기는 자신이 길을
떠나기엔 다소 늦은 시간에 나섰기에 멀지 않은 곳의 객잔으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