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풍이 그의 옷깃을 파고들며 지나갔다. 지독하고 차가운 바람은 그에게 더 이상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1톤용달이사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이었다. 그러나 이런 곳이라면
살아도 살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것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눈썹을 찌푸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손에 뭔가 쥐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조그만 서찰이었다.
간략한 글귀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다했다고는 생각하지 말게. 누가 나를 이 곳에 보내고, 이 서찰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단
말인가 이 서찰을 언제 누가 내 손에 쥐어 줬단 말인가 이삿날 이것으로 다했다는 무슨
말인가 느꼈다. 보아도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뭔가 오래 전부터 짜여진 하나의 각본을 대하는 기분이야. 철저하게 모든
것을 숨기고 치밀하게 감추고 있는 각본 나는 그 각본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이삿짐보관센터 설유흔은 서찰을 품속에 쑤셔 넣었다.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학송리 5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