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빈은 몸뚱이가 뒤로 쓰러져 있는 상태였고 내공이 순간적으로 흩어져 짧은
순간에 내공을 다시 끌어올릴 겨를도 없었다. 목숨을 끊어 버리려는 순간, 철괴리가
길게 휘파람을 불며 몸을 날려 검을 휘두르며 어느 새 곽박의 등 뒤를 향해 득달같이
덮쳐들었다. 자루의 보검을 뽑아내어 사람과 검이 한 덩어리가 되어 마치 한 가닥의
길다란 무지개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며 들어닥치는 기세는 신속하고 맹렬했으고
사람이 미처 덮쳐오기 전에 살벌하고 매서운 기운이 이미 곽박의 사지 요혈로
몰려들고 있었다. 내려뜨리며 일검으로 여동빈을 쳐죽이려 했으나 철괴리의 장검은
빠르기 이를 데 없어 놀랍게도 검기가 이미 몸 가까이 이르고 있었다. 갖지 못하고
먼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했다.
허리를 살짝 구부리더니 오른손의 단검을 휙 옆으로 그어대며 왼손의 단검을 높이
쳐올렸다. 신혼이사 수식인데 엄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세이사 곽박이 순간적으로 검식을 공격에서 수비로 바꿀 때 생긴 털끝만한
허점 때문에 자연히 비교적 우세를 차지할 수 있었다. 두 자루의 단검이 겹쳐져서
방어망이 막 형성되었을 때 철괴리의 장검이 어느덧 맹렬히 부딪쳐왔다. 금속성이
연속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 쏘아져오던 검기는 이미 곽박의 수세를 깨뜨리게 되었고
세 자루의 검날이 서로 맞부딪쳤다. 남아 손에 쥐어져 있었고 급히 쏘아오던 그의
기세 역시 저지를 받게 되어 신형이 공중에서 멈칫 하면서 직각으로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게 되었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어론리 24652
두 발이 막 땅에 닿게 되자 철괴리는 즉시 숨을 들이키며 검초를 일변시켜 그가
차지한 그 한 가닥의 선기를 놓치기 전에 직도황룡이라는 수법을 펼쳐 그 반 토막의
부러진 검으로 곽박에게 연속 공격을 가해왔다. 전세이사 호통 소리를 내며, 곽박이
두 눈에서 신광을 폭사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미미하게 한 번 그어 검 끝에서
한 무더기 눈을 현란하게 하는 검광을 뿌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