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으로 그를 지켜 보고 있었다. 더욱 늠름하고 영준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광채가 풍겨 나오는 듯했다. 소형짐이사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당신만이 나를 이해해
주었소. 나는 당신 같은 어여쁜 지기를 얻었으니 죽어도 유감이 없소. 아아, 성녀를
배반하고 삼공 휘하로 들어간 일로 인해 나는 무한한 자책을 느끼고 잠을 이루지도
못했소. 나는 갖은 노력을 다해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했소. 술과 계집에 파묻혀 자신을
망각하려고도 했소. 그러나 모두 허사였소. 나는 당신에게서 희망을 느꼈소. 당신이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당신을 데리고 하늘 끝까지라도 도망을 치고 우리 둘만의 조용한
생활을 내심의 불안을 없애는 한 방법으로 황보유를 모함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빌어
허다한 죄악을 저질러 놓았소. 이런 일들은 성녀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었소.
동수는 아무 대꾸도 없이 그를 지켜 보고 있었다. 윤세택은 또 한바탕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 이야말로 한 순간이 아까운 때이오. 얼마 후면 우리 두 사람은 한 줌의 재로 변해
버리고 이 세상의 은혜와 원수, 사랑과 미움과는 아주 관계가 없는 존재가 되오.
오피스텔이사 엄청난 소리를 내며 불붙은 대들보가 떨어져 내렸다. 동수는 그의 품에
안긴 채 나직하게 말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25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