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여 객방마다 거의 불이 꺼져 있었다. 무엇인가를 깎아내고 다듬는 소리
같았다. 점없는 컴컴한 방 안에서 한 명의 소년이 눈을 부릅뜨고 한 덩이의 푸른
옥을 정성들여 깎고 있었다. 2룸이사비용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깎고 있었다.
정교하기 그지없었고 조심스럽기 한이 없었다. 그려진 불장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점점 빨라지고 녹옥은 불장의 형태를 거의 닮아갔다. 부옇게
밝았다. 하루만 더 깎으면 된다. 넣고는 눈을 대충 두 손으로 비빈 다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삶을 깨우고 있었다.
휘날리는 눈발에 개봉성은 왠지 흥청거리는 분위기였다. 포장이사짐 위해
개봉성 내의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인간이란 본래 한 치 앞을 모르는
존재라고는 하나, 나처럼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으리라. 녹림의 한을 짊어지고 분주하게 뛰어 다니는 자신이 왠지 우습게
느껴진 것이었다. 웃으며 거리를 가로질러 갔다.
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 거산리 31748
있는 한 작은 주루가 띄었다. 사뭇 굳어졌다. 인물들이 동정을 살피는 듯 눈빛을
번쩍이며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사남일녀로 날렵하게 생긴 짧은 경장을 입은
이십 칠팔 세 정도의 청년, 칠순 가량 되어 보이는 늙은 거지, 사납고 패도적인
기질의 흑의검수, 난장이 키에 맨발을 한 왜국무사 한 명과 머리카락이 붉은
여인 한 명이었다. 관심을 느낀 단몽경은 청음취흡법을 시전해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포장이사짐 그놈은 사흘 동안 천 근의 술을 마셨고, 그 사이 고서를 천
권이나 찢었소. 그 뿐 아니라 주루를 돌아다니며 천 수의 시를 지었는데 모두가
명구였소.
입은 청년이 사뭇 감탄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사짐견적서 그렇다면 그들이
바로 근래 무림의 일각에 널리 알려진 추몽오검이란 말인가 포장이사짐 기실
그들은 황궁의 금부대내시랑이었던 몽환랑을 쫓기 위해 고용된 추몽오검이었다.
냥의 보수를 주고 고용하고 있는 오대청부고수로 강호에서는 최근 그들을
일컬어 추몽오검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