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차림이었으되 그것은 단지 형식에 불과했다. 앞섶조차 제대로 여미지 않은
채 허리춤에는 풍류선대신 술호로를 대롱거리며 매단 채 군자보가 아니라
취팔선보로 걷는 걸음걸이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걸음걸이로 인해 낙양에
입성하기가 무섭게 그는 금방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의외로운 점이 있다면
그토록 고주망태가 된 채 비틀거리며 낙양 거리에 나타난 그가 약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작 16, 7세 정도에 불과한 소년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았으나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문사 좋아하네 썩어빠진
방탕아겠지. 쳇 포장이사허가업체 하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계단에
올라섰을 때 점소이 아칠은 손으로 코를 틀어쥐었다.
주정뱅이로군. 쳇 재수 더럽군. 작자는 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헤헤. 내일
다시 오시면 고맙겠습니. 다음 순간 아칠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쓰리룸이사
묵직한 것이 입 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입을 틀어막은 것은 바로 황금이
아닌가 순간 아칠의 머리는 비상하게 회전했다.
경상북도 상주시 화남면 임곡리 37141
주정뱅이가 돌아버린 모양이다. 컨테이너렌탈 아칠의 머리는 땅에 닿고 있었다.
멸시와 짜증으로 가득찼던 아칠의 얼굴에는 어느새 비굴한 웃음기가 가득했다.
이사할때해야할일 헤헤. 소인이 정성껏 모시겠습니다요. 쓰리룸이사 안색이
변했다. 그야말로 재신이랄 수 있는 손님의 몰골이 영락없는 낙척서생이요,
그것도 간신히 거지 행색을 면한 몰골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보다도 나이가 어린
새파란 애송이라니. 황금을 주체 못하는 부호영감이려니 했던 것도 여지없이
깨어지고 마는 순간이었다. 이. 이거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것을
슬며시 펴보았다.
무어냐 아무튼 이 아칠에게는 조상님보다 더 귀한 분이니. 예까지 미치자 아칠은
굽신거리며 나섰다. 쓰리룸이사 아니 나릿님. 어서 안으로. 5톤이사차량 몽롱한
빛이 아지랑이처럼 어렸다. 소년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대꾸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술의 지순한 맛을 왜 모두들 탁한 안주란 놈으로 희석해 버리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안 그런가 막혔다. 하지만 소인이 무얼 알겠습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