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 노인이 누구에게도 학문을 익혔다는 것을 알리지 말라 하였기 때문이고, 생활
태도를 바꾸라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천소기는 엉덩이를 맞으면서 외치는
소리가 바뀌었다. 자왈 자왈 하였다. 듯인지 몰랐으나, 실상 천소기는 맞을 때마다
전일에 배웠던 논어의 한 구절을 암송하였던 것이다. 논어의 구절 중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하였다. 임시보관창고 좋은가,
하는 말이었다. 매를 맞으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아무도 몰래 학문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안일하게 살아왔나를 절감하고 생활
태도마저 바꾸었다.
항주에 소루가 탄생한 것이었다. 학원이전 소문나면서 일부러 소루에 와서
천소기에게 말을 시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들은 천소기에게 사자성어를 대고
해석하여 보라고 시키곤 그의 엉뚱한 해석에 배꼽이 빠지라고 웃고는 기분 좋게
돌아갔다. 짐보관업체 천하일주의 점소이들만 부르던 그의 별칭이 졸지에 전 항주
사람들이 부르는 외호가 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소기의 얼이 빠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식 하나만이 있을 뿐이었다. 품계를 가진 항주부사 예당의
장중주였다. 초향옥녀는 그가 늦게 본 무남독녀였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점리 25946